책소개
한국영화 정체성의 뿌리는? 한국문화의 전통이다. 초기 영화 문화에 영향을 준 전통 요인은? 관객·연희·서사·정서다. 지금은 사라진 초기 영화의 구성 요소는? 변사와 기생이다. 한국영화와 문화 전통은 어떻게 연관되었는가? 그것은 우리 영화의 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하였는가? 일목요연한 설명과 사례를 통해 우리 영화의 초기 얼굴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책의 특징]
외래 수입 문물인 영화는 우리에게 근대적 미디어 경험을 처음 선사한 뉴미디어였다. 하지만 당시 관객이 영화를 수용하는 방식에는 기존 전통 요소의 영향이 깊이 각인돼 있었다. 마당극 공연과 같은 떠들썩한 관람 분위기, 영화 내용을 설명하고 관객과 적극 상호작용한 변사의 존재, 「춘향전」과 「장화홍련전」처럼 애상적 정서를 담은 고대 서사의 영화화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 고유의 특징이었다. 이 책은 관객, 연희, 서사, 정서, 기생 등 다섯 가지 전통 요소가 그 당시 영화 문화에 미친 영향을 일목요연하게 알려 준다. 초기 한국영화의 정체성이 근대 이전부터 이어져 온 문화 예술 전통에서 비롯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은이
김대중
대전 대성고등학교 국어 교사다.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초기 한국영화의 전통성 연구-영화 도래부터 발성영화 이전까지”로 영화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동대학원 영화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연합대학에서 1년간 한국어를 강의했다. 공연전문지 ≪클래시컬≫과 대전예총에서 간행하는 ≪대전예술≫에 영화평을 기고했다. 한국영화사와 한국영화 감독 연구에 관심이 많다. 임권택 영화 연구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영화와 4.19』(2010, 공저), 『시네마텔링의 다양한 풍경』(2011, 공저)이 있다. 논문으로 “기생과 초기 한국영화의 전통성”(2008), “장률, 디아스포라 그리고 이 시대의 리얼리즘”(2009) 등이 있다.
차례
머리말
1장 초기 한국영화, 의미와 전통성의 공간
한국영화의 정체성과 전통의 문제
관객, 연희, 서사, 정서 그리고 기생
부각되지 않은 전통성의 관점
2장 관객 수용적 전통
초기 한국영화의 관객
참여자로서의 영화 관객
전통을 사랑한 관객들
3장 연희적 전통
연희로서의 영화 상영
영화 상영에서 발견되는 연희적 전통
연희적 전통과 무성영화의 스타, 변사
4장 서사적 전통
고전소설의 영화화
서사적 전통의 유래와 후대에의 계승
5장 정서적 전통
신파와 정서적 전통
영화 「아리랑」과 정서적 전통
6장 기생과 전통
적극적 관객으로서의 기생
여배우의 산실
전통에서 근대로의 이행
맺음말 초기 한국영화 전통성 고찰의 의의
참고자료
찾아보기
책속으로
대개 영화 연구는 작품에서 시작하는 것인데, 나는 역으로 관객에서 출발해 보았다. 왜냐하면 한국영화의 역사가 작품 제작이 아니라 외국 작품에 대한 관람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 방식을 통해 생각 밖으로 풍성한 내용을 찾아낼 수 있었다. 초기 한국영화의 관객과 그들이 지닌 취향, 그리고 그 취향에 걸맞은 영화 상영 방식, 이후 제작된 한국영화 작품들에서 공통되게 발견되는 특성이 바로 전통성이었다. 그리고 얻어낸 결론이 영화의 도래는 외국으로부터 이루어졌지만, 그것이 정착하고 발전하게 된 토양은 우리 고유의 전통성이었다는 것이다.
“머리말” 중에서
후대에 가서 영화 관람이라든지 공연 감상에 대하여 최대한의 정숙을 에티켓으로 여기게 된 것과 달리 초기 한국영화 관객들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관객성은 전통적인 연희 활동을 관람했던 이들에게서 보이던 특성과 유사하다. 즉 탈춤, 오광대놀이, 판소리, 다양한 종류의 굿 관람자가 가지던 태도나 성향과 많이 닮았다는 것이다. 전통적 연희 활동에서 관객은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이들이 아니었다. 흥이 나면 추임새도 넣고, 연희가 벌어지는 판으로 나와서 함께 어울리며 춤도 추는 존재였다.
“2장 관객 수용적 전통” 중에서
기생은 초기 한국영화 속에서 적극적인 관객이자 열렬한 팬으로서의 양상을 보여 주었다. 전통적 존재였던 기생이 근대적이며 외래적인 산물인 영화에 대하여 적극적인 관객 역할을 하면서, 그들은 영화가 한국 사회에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데 한 몫을 담당했다. 아울러 이들이 보여 준 모습들은 이전 시기에 존재했던 판소리 광대와 기생과의 관계와 유사한 것이기도 했다. 이 같은 양상은 다른 전통적 요인들과 더불어 기생이 외래적 산물인 영화가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정착하는 기제로 작용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6장 기생과 전통” 중에서
추천글
한국의 문화·예술적 전통과 사상의 연속성이라는 측면, 나아가 한국영화의 독자적인 미학 논리를 구축하고 규명하는 데 초기 한국영화 역사 연구가 그간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한국 민족의 다양한 창작 요소들을 집약하고 있는 한국 문화의 전통과 사상을 초기 한국영화의 특징과 결합시키면서 그 간극을 메우고 있다. 한국영화가 단순히 외래적 요인에 의해서만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제기하는 이 책은 한국영화 역사의 독자성을 구축하는 데 매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_ 정태수 한양대학교 영화학 전공 교수
이 책의 가치는 영화 연구 관점의 독특함에서 비롯된다. 한국영화 역사를 연구하는 관점으로서 전통성은 매우 참신하면서도 효과적이다. 저자는 근대적이면서 외래적인 산물인 영화가 한국에 뿌리내리고 발전하게 된 토대에 전통적이고 한국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음을 성실한 연구 방법과 깊이 있는 내용을 통해 잘 보여 주고 있다. 전통성의 관점을 통한 한국영화 연구의 방법론은 지난날의 한국영화 역사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한국영화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도 유효하다.
_ 오진곤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교수